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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北 인도적 지원' 추진 의사…한미워킹그룹 뛰어넘나

"먹는 것, 아픈 것, 보고싶은 것…스스로 추진"'남북 인도협력은 한미워킹그룹과 별개' 입장대북 식량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진행 예상 北 당장 반응 없어도 대북 메시지 발신할 듯

작성일 : 2020-07-20 18:56 작성자 : 정호양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대북 인도 협력은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인도적 협력을 매개로 남북대화를 복원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인영 후보자 측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입장으로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 보고 싶은 것' 같은 인도협력 분야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판단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식량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 협력 사안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올해 남북협력기금에서 20만t의 쌀을 지원할 예산이 편성돼 있다"고 밝혔다. 또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대규모 상봉이 여의치 않으면 소규모 상봉이나 화상 상봉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 협력 의지도 나타냈다. 이 후보자 측은 한미워킹그룹에서 대북 제재 적용을 문제삼아 지원이 무산됐던 타미플루 사태와 관련,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평양종합병원 시스템 개선, 남북생명보건단지 구축 관련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인도적 지원 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제재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아왔다. 타미플루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감 치료제 지원은 인도적 사업으로 한미워킹그룹 논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미국은 약품을 싣고 운반하는 트럭을 제재 대상으로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도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했지만 추진 과정에서 한미간 협의 대상이 됐다. 스크린, 카메라, 광케이블 등 관련 장비를 북한으로 반출하는 것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재 면제에 관한 한미간 합의는 6개월 뒤인 2019년 2월 완료됐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산가족 화상 상봉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정식으로 임명되면 대북 인도 지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미국의 제재 틀에 갇히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다. 미국은 올해 초 우리 정부가 추진한 대북 개별관광에 대해서도 한미워킹그룹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개별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관광객의 소지품이나 비무장지대(DMZ) 출입 문제는 한미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미국이 이달 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방한 계기에 "남북협력 사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혀 새 외교안보라인의 대북정책이 탄력을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다만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교류협력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미국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북 인도 지원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도 필요하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전달하려던 쌀 5만t을 받지 않았다. 북측은 한미연합훈련 소식에 반발하며 WFP와 진행하던 실무협의에 나타나지 않았고 사업은 무산됐다.

북한은 새 외교안보라인 편성 등과 맞물려 우리 정부가 보내는 대북 메시지에 공식적으로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단체 대표를 수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대남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오는 10월 초까지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성과 창출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남북 협력 제안에 응할 여력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내치에 신경을 쏟고 있다.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리는 당 정치국 회의 안건은 코로나19 방역,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민생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당 중앙군사위 회의도 사상 강화, 인사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여러 대북 메시지를 계속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 "접경지역의 안전을 위해 엄정 단속해야 하고 국회와 협의해 금지 입법 등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법 제정 등 후속 대응을 계속 강력히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한 한미연합훈련 축소 또는 연기 입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 "한반도 긴장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보리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있으므로 이런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