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돈삼, ‘5·18 사적지 따라가는 오월길 여행 『오월, 소년의 기억을 걷다』 출간
작성일 : 2026-05-07 21:14 작성자 : 윤석근

‘부당한 국가권력과 신군부의 집권 음모에 맞선 반독재 민주화 투쟁’ 5·18민주화운동을 우리는 이렇게 정의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된 1987년 6월항쟁의 동력이며, 독재에 맞서 싸우는 세계 여러 나라 민중에게 귀중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정신을 민주·인권·평화·통일 등 시대 과제로 확장해 가려는 민초들의 바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그날의 현장도 역사가 돼 박제화되고 있다.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열사들이 목숨과 맞바꿔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그날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리며 소중한 가치를 돌아봐야 한다.
남도 토박이인 저자 이돈삼은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따라가며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책은 일반적인 역사 안내서를 넘어, 독자가 ‘오월길’을 걷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남도의 길을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깊이 걸으며 기록해 온 저자는 5·18 사적지 안내해설사로 현장을 누비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광주와 전남 곳곳의 사적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5·18 사적지 따라가는 오월길 여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광주와 전남의 오월 흔적을 따라 걸으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마주하게 한다. 그 길에서 만나는 사적지 하나하나에 사람 이야기와 시대 숨결을 담아내며, 독자들이 오월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걷고, 느끼고, 기억하게’ 한다.
오월길 여행. 그 여정은 길의 의미를 짚어보는 1장에 이어 광주(2, 3장)와 전남 일대(4, 5장)로 향한다.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시작된 1980년 5월 항쟁의 불씨는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 상무관, 전일빌딩 등으로 이어지며 점차 확대된다. 이 공간들은 당시 시민들의 저항과 연대, 그리고 희생이 응축된 ‘살아 있는 역사’로 그려진다. 저자는 사적지에 얽힌 사건과 이야기를 풀어내며, 독자가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계엄군의 폭력, 시민들의 헌혈과 주먹밥 나눔, 그리고 ‘해방광주’의 자치공동체 경험 등 많은 현장에 깃든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책 5장 후반부의 ‘사적지 표지석 디자인에 담긴 5월 상징’에서는 조각가 김왕현이 5·18 사적지 표지석을 만든 계기와 표지석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들려준다.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5월 영령 추모하는 아름다운 이팝나무꽃’에서는 5·18민주묘지 가는 도로변 가로수길의 이팝나무와 그 꽃이 5월 광주와 민주묘지를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잡은 연유를 이야기한다.
부록 성격의 6장 ‘그날의 현장, 기억의 공간’에서는 5·18 광주사적지 30곳(33개 지점)과 목포, 나주, 화순, 강진, 해남, 영암, 무안, 함평, 장흥 등지의 전남사적지 30곳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저자는 이 여정에서 문학과 역사적 기억을 잇는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겹쳐지는 공간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우리는 허구와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체감하게 된다. 소설 속 ‘소년’ 동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인간의 고통과 윤리적 질문에 직면한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책에 실린 240여 장 사진(저자 직접 촬영, 일부 관련 단체나 유족 제공)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생생한 시각적 증거이며, 독자에게 기억을 ‘보는 경험’으로 넓혀준다.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건물이나 사적지 표지석, 묘역 풍경 등은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를 현재의 삶 속으로 불러오는 안내서’인 이 책에서 우리는 과거를 배울 뿐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지 묻고 성찰한다. 그 여정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며,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 이돈삼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사라지고, 기억하면 이어지고 계승된다”면서 “오월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져야 할 가치이고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적 연대는 오늘의 과제로 다시 소환돼야 한다”는 말로 책을 펴낸 이유를 대신했다.
저자 이돈삼은 현재 전남도청에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전남매일》 《전남일보》 《대동문화》 등 신문과 잡지, 각종 방송 매체를 통해 남도 여행을 이야기해 왔다. 5·18 사적지 안내해설사(5·18기념재단), 5·18 역사해설사(전라남도)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 『숨은 길 찾기』 등이 있다.